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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스]LG유플러스 5G 주파수 확보, 숨은 승자는 '장비사·소비자'카테고리 없음 2022. 7. 9. 13:09
알면 좋을 IT·혁신기업 이슈를 분석합니다.
최근 통신업계에는 핫이슈가 하나 있었습니다. LG유플러스가 정부의 3.4GHz 대역 5G 주파수 20MHz 추가 할당 경매에 단독입찰하게 됐다는 소식이죠. 주파수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통신 분야에서는 음성·데이터가 이동하는 '도로'로 비유됩니다. 도로가 없으면 차가 다니지 못하듯 이동통신사 입장에서 주파수는 중요한 전략 자산입니다. 주파수가 많을수록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실어나를 수 있으니까요. 2차선과 4차선 도로의 효율 차이를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귀한 자원을 이통사 한 곳이 가져가게 됐다니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2011년 이후 주파수 경매에서 이통3사 중 어느 한 곳이라도 경매에 나서지 않은 경우는 없었습니다. 또 SKT, KT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LG유플러스는 출혈 경쟁 없이 정부가 정한 최저 할당가격(1521억원)에 심사만 통과하면 무난히 추가 주파수를 확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단독입찰에 이르기까지 그간 복잡한 배경과 논란이 따랐지만 어쨌든 표면적으론 LG유플러스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LG유플러스가 새 주파수의 달콤한 '과실'을 맛보기까진 당분간 적잖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그리고 이통3사가 추가 주파수를 두고 다투면서 숨은 수혜자들이 나타났습니다. 바로 통신장비 업체들과 일반 소비자들인데요. 각자의 측면에서 이번 주파수 경매의 영향을 살펴보겠습니다.LG유플러스, 소원하던 주파수 얻었지만...추가 주파수 확보가 확실시된 LG유플러스의 실익은 뚜렷합니다. 먼저 5G 경쟁에서 SKT, KT와 동등한 경쟁 기반이 마련됩니다. 2018년 1차 5G 주파수 경매(총 대역폭 280MHz) 당시 100MHz씩 확보한 두 회사와 달리 LG유플러스는 80MHz를 확보했는데요. 이번에 20MHz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똑같이 100MHz로 서비스 경쟁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이 주파수로 LG유플러스가 2위 사업자인 KT의 5G 속도를 앞설 가능성도 생겼습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SKT, KT보다 앞서 고성능의 64TRx급 화웨이 통신장비를 다수 도입, 5G 서비스를 제공 중인데요. LG유플러스가 20% 적은 주파수로도 지난해 정부 통신 서비스 품질평가에서 2위 KT와 근접한 수준의 5G 다운로드 속도(6.6%)를 기록한 건 이 최신 장비의 영향이 컸다는 후문입니다.
통신업계에는 "주파수가 깡패"란 말도 있는데요. 네트워크 속도는 장비와 주파수 운영 노하우의 영향도 받지만 기본적으로 주파수를 더 많이 확보한 쪽이 더 쉽게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이는 3차선 도로 통제를 통해 교통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보다 4차선으로 늘려 차량을 분산시키는 것이 더 간단하고 빠르게 도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주파수는 동등해졌고, 이제 장비 평준화부터 시작해 지금의 경쟁 우위를 지켜야 할 SKT와 KT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64TRx 장비 도입을 진행 중(현재는 32TRx이 주력)인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삼성의 국내향 64TRx 장비 개발, 이통사들의 구축 기간 등을 고려하면 2023년 하반기에나 64TRx급 환경에서 3사 간 동등한 장비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지난 6월 주파수 추가 할당과 관련한 정부의 최종 방안이 발표되면서 LG유플러스에 때아닌 복병이 생겼습니다. 과기정통부가 추가 주파수 확보 사업자에게 '5G 추가 투자 조건'을 부여하기로 한 겁니다.이에 따라 주파수 낙찰 사업자는 2025년까지 5G 무선국 15만국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합니다. 또 이번 할당 주파수와 인접한 주파수 대역을 보유해 별도의 주파수 집성기술, 장비 투자가 필요없는 LG유플러스의 경우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려면 그중 1만5000국을 우선 구축해야 합니다. 주파수 할당일이 올해 11월1일이니 LG유플러스 입장에선 하루라도 빨리 '주파수 덕'을 보려면 무선국 투자를 서두를 수밖에 없게 된 거죠.
하지만 조기 투자를 집행해도 LG유플러스가 이를 통해 5G 속도를 얼마나 가시적으로 개선했는지, 경쟁사들 대비 얼마나 우위를 점하게 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기는 2023년 말에나 가능할 전망입니다.
그간 이통3사의 통신 서비스 품질을 가장 세세하고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었던 지표는 과기정통부가 매년 상·하반기 2회 발표하던 통신품질평가였는데요. 올해는 이것이 원래대로 하반기 1회 발표로 줄고, 이후에도 연1 회만 발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그런데 내년 말은 경쟁사들도 새 장비를 도입하고 새로운 경쟁 체제를 마련할 여유도 갖게 되므로 LG유플러스가 주파수 추가 확보의 이점을 대중에 널리 어필할 기회는 그만큼 많지 않게 됩니다.삼성전자, 에릭슨엘지, 노키아 "통신장비 매출 반등 기회"
이번 주파수 전쟁에서 LG유플러스 외에 실익을 챙길 곳은 삼성전자,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엘지로 대표되는 통신장비사들로 평가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과기정통부는 이번 주파수 할당을 두고 이통사에 신규 5G 무선국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신규 1만5000국 우선 구축, 2025년까지 총 15만국 구축 과제는 LG유플러스 몫이 됐지만 이를 경쟁사인 SKT와 KT가 두고 볼 순 없습니다. LG유플러스가 무선국을 추가 구축하는 만큼 양사도 최소 비슷하거나 그 이상 구축하며 맞불을 놔야 한다는 얘기죠. 통신장비 업계에는 이것이 곧 각 이통사들로부터 대규모 장비 공급 계약을 요청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됩니다.
7일 기준 KT 5G 커버리지(서비스 제공 지역)맵을 보면 KT가 전국에 구축한 5G 무선국 수는 총 8만6990국입니다. 경쟁사들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생각하면 각사가 약 8~9만국 전후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올해는 5G 상용화 4년차입니다. 평균적으로 매년 2만국 정도를 구축했네요. 15만국까지는 7만국 정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합니다. 이렇게 단순 계산으로 3사를 합치면 앞으로 3.5년 동안 약 20만국 정도가 추가로 구축되어야 합니다.주요 통신장비업체들의 지난해 실적, 사업보고서 등을 살펴보면 2021년 매출이 2019년, 2020년보다 줄어든 것이 확인됩니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는 2019년 5G 상용화 시점부터 2020년까지 대규모 전국망 구축을 진행한 이통사들이 2021년부터는 거래 물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한 영향인데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줄어든 이통 3사의 CAPEX(설비투자) 수치에서도 이 같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이통사들은 그동안 "전국망 투자가 어느 정도 끝났으므로 초기보다는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다"는 입장었는데요. 주파수 추가 할당 여파로 통신사 간 투자 경쟁이 다시 불붙는다면 이는 국내 통신장비 업계엔 호재로 작용하게 됩니다.
하지만 주요 장비사 중 누가 크게 웃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한 곳의 장비만 쓰는 게 아니라 지역별로 다른 회사의 통신장비를 사용하고 있거든요. 과기정통부의 무선국 추가 구축 조건에 '지역'은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해당 관계자도 "이번 주파수 할당이 매출 회복 측면에선 좋은 소식이지만 각 이통사가 어느 지역에 무선국을 집중 설치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참고로 SKT의 경우 커버리지 현황을 보면 서울, 경기, 충청 지역에 삼성전자 장비를, 강원도와 전라도, 제주 지역에는 노키아 장비, 경상도 지역에는 에릭슨엘지 장비를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국민의힘 김영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통사들의 5G 무선국 투자는 주로 수도권에 집중(약 40%)된 것으로 확인되는데, SKT 기준으로 추가 무선국도 수도권에 집중한다면 삼성전자가 유리할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그럼 이번 무선국 확충 기간 동안 장비사들은 얼마를 벌어들일까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순 없었습니다. 이는 제조사 장비별로, 계약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2020년 주파수 재할당 정책방안 공개설명회에서 통신업계는 5G 무선국 하나당 구축 비용을 약 2000만원으로 언급한 바 있는데요. 이를 20만국으로 단순 계산하면 총 4조원이 됩니다. 적잖은 투자금이 이통사에서 통신장비업계로 흘러갈 예정인 셈이죠.
5G 일반 소비자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소비자들이 얻을 실익은 단순하고 명확합니다. 더 나은 5G 품질입니다. 한국은 전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한 국가이고 가입자 수도 매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5G 가입자들은 여전히 품질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LTE 대비 커버리지가 좁고 체감 속도도 빠르지 않은 데다가 요금까지 비싸단 거죠.
특히 커버리지 문제는 LTE 대비 부족한 5G 무선국 수에 기인합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에 5G 무선국 15만국 달성 조건을 내 건 이유도 5G 커버리지를 최소한 LTE와 유사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이미 이통사들의 5G 망 투자 경쟁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강경책을 내놓은 거죠. 결과적으론 5G 조기 투자가 이뤄질테고, 2025년에는 소비자들도 최소 지금의 LTE와 유사한 수준의 5G 커버리지, 안정성 등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건 주파수 추가 할당을 둘러싼 이통사 간 다툼이 과기정통부의 '5G 추가 투자 조건'이 붙은 주파수 경매로 이어졌단 겁니다. 올해 1월 과기정통부가 처음 발표한 주파수 경매안에는 그런 조건이 없었거든요. 이번 결과에 이르기까지 이통3사, 과기정통부 모두 치열하게 씨름했지만 결국 가만히 앉아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된 건 결국 소비자 아닐까요? 또 앞으로 이어질 이통사들의 투자 혜택이 더 넓은 지역,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