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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네이버는 왜 스타트업을 사옥에 직접 들였나카테고리 없음 2022. 6. 10. 16:43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노순보 버추얼플로우 대표 공동인터뷰
네이버가 지난달 11일 제2사옥인 '1784'에 정식 개소한 '네이버 D2SF(D2 Startup Factory) @분당'(이하 D2SF 분당)을 축으로 투자 스타트업과의 접점을 더욱 늘린다. 네이버와의 물리적 거리를 최소화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일 'D2SF 분당'에서 기자와 만난 양상환 네이버 D2SF 리더는 "'네이버 D2SF'를 해 오던 지난 7년 동안 네이버와 스타트업 간 어떻게 하면 더 끈끈한 관계를 만들 것인지 계속 고민해 왔다"라며 "네이버 안에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을 열게 되면서 이를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가 왔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함께 인터뷰에 응한 노순보 버추얼플로우 대표도 "앞으로 네이버와 함께 언리얼 엔진을 토대로 더욱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버추얼플로우는 'D2SF 분당' 입주사 중 한 곳이다.◆"얼굴 보며 밥도 먹고 차도 마셔야 뭐가 나오더라"
정식 입주는 불과 한달 전에 이뤄졌지만 이미 변화가 실감된다는 것이 양 리더의 설명이다, 그는 "입주 이후 네이버 곳곳에서 스타트업을 직접 만나 이런저런 것을 같이 해 보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개소 이후 D2SF 분당에는 버추얼플로우를 비롯해 총 8개 스타트업이 입주했다. 앞으로 꾸준히 입주 스타트업을 늘릴 예정이다.
양 리더는 "네이버 D2SF(이하 D2SF)가 강남에만 있을 때도 다양한 방식으로 네이버와 스타트업 간 접점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 거리가 있다 보니 관계가 잘 생기지 않았다"라며 "얼굴을 보며 직접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편하게 얘기하다 보면 친밀감도 생기고 상호 신뢰관계도 높아지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가 스타트업과 네이버 간 관계 형성에 유달리 공을 들이는 이유는 D2SF의 스타트업 투자 목적이 네이버와의 시너지 효과 창출이기 때문이다. D2SF는 주로 초기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원천 기술이 네이버에서 운영하거나 운영 예정인 다양한 서비스와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살핀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네이버 내 책임리더 등 현업 종사자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머리를 맞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네이버가 2016년 제2사옥 건축을 확정하면서 이곳을 '소프트웨어 진흥시설'로 짓기로 한 것은 D2SF에 기회였다. 네이버는 제2사옥을 자사 직원은 물론 벤처기업·스타트업, 콘텐츠 창작자, 미래IT인재 등이 함께 쓰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고 이곳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를 조성하는 것은 그러한 취지에 잘 들어맞았다.
양 리더는 "어차피 스타트업이 입주한다고 하면 제대로 기획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몇 스타트업이 단순히 잠깐 있다 가는 정도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겠나"라며 "제2사옥 건축 초기부터 공간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 왜 이러한 공간이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했다"라고 설명했다.
D2SF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스타트업이 네이버 사옥에 입주해야 하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기존 D2SF 강남이 강남역 인근에 있어 접근성이 좋은 데다가 '스타트업의 메카'인 테헤란로에 입주했기에 벤처캐피털 등과의 접점이 잦았던 반면, 네이버 사옥은 서울 밖인데다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정자역에서도 거리가 있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 자칫 위치 문제로 입주 스타트업이 좋은 인재를 놓치거나 투자자와의 접점이 흐려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 대신 '활발한 교류'를 내세웠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과 네이버 간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네이버 임직원들이 입주 스타트업에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입주 스타트업들이 네이버 직원들과 공간을 공유하도록 한 것은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환이었다. 스타트업 직원들은 '1784' 4층에 마련된 공간에서 D2SF 측과 함께 일한다. 업무 공간과 회의실, 휴게실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됐다. 네이버 사옥 내에 있는 구내식당과 사내 카페테리아 등 네이버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대부분의 시설들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D2SF가 마련한 공간에 입주한 스타트업 간의 교류도 촉진한다. D2SF는 지난 5월 말 D2SF 강남에서 약 2년 만에 '올핸즈 미팅'을 개최했다. D2SF 입주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여 커뮤니케이션하고 각자의 회사를 소개하는 행사로, 그간 매주 목요일 점심마다 개최했지만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행사를 갖지 못했다. 이와 별개로 스타트업 대표들끼리 교류하는 저녁 행사인 'CEO 서밋'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이 역시 2년여만에 최근 재개됐다.
마찬가지로 최근 '1784'에 입주한 'KAIST-네이버 초창의적 인공지능(AI) 연구센터'와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양 리더는 "저희가 투자한 업체들 중 데이터가 축적되는 팀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만큼 여기에 AI가 결합되면 시너지가 날 만한 기술이나 사업을 하고 있는 곳들이 여럿 있다"라고 언급했다.실제 이곳에 입주한 스타트업의 반응도 좋다. 노순보 버추얼플로우 대표는 "최근 본격적으로 네이버 책임리더 등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내부 세미나 등을 통해 네이버 내부의 팀들에게 저희 기술을 소개하고 서로 알아가는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추얼플로우는 D2SF 측의 제안으로 D2SF 분당에 입주하게 됐다.
노 대표는 그러면서 "꼭 네이버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업종의 여러 스타트업과 이야기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분야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자유롭게 물어보기도 하고 비슷한 분야를 하는 스타트업들과 만나 기술 등에 관련된 이야기를 편하게 하면서 적극적으로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직원들에게도 이를 유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올 상반기에만 스타트업 19곳 투자…"스타트업과 끊임없이 접점 찾아 나갈 것"
D2SF는 지난 2015년 출범 이후 현재까지 93곳의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올해는 현재까지 총 19곳에 신규·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부터 D2SF는 특히 커머스·AI·메타버스·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특히 '1784'에 네이버 사내병원이 들어서면서 최근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을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다.
투자 스타트업이 날로 늘어가지만 기존 원칙은 여전하다. D2SF가 투자하는 스타트업 중 절반은 네이버와 당장 시너지가 기대되거나 협력을 필요로 하는 '인라이어' 업체들이다. 나머지 절반은 당장 어떻게 시너지가 날지 알 수 없지만 기술적으로 유망한 업체 등에 속하는 '아웃라이어'다. 이들은 전적으로 D2SF의 판단에 따라 투자가 단행되며 지속적으로 네이버와의 접점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최근 이들 '아웃라이어'가 네이버와의 시너지 방향을 찾는 사례가 점차 잦아지고 있다. 버추얼플로우가 대표적이다. 버추얼플로우는 코딩 등 전문 개발 지식 없이도 언리얼 엔진 기반으로 고품질 3D 콘텐츠를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업체다. 앞으로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3D 엔진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데, D2SF는 언리얼 엔진이 높은 개발 숙련도를 필요로 하기에 보다 많은 이들이 이를 다룰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 의미있다고 봤다.양 리더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언리얼 엔진'을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업체라는 점에 특히 주목해 지난해 투자를 단행했는데, 투자 당시만 해도 이곳은 '아웃라이어'에 속했다"라며 "다만 네이버가 결국 콘텐츠 생산자들과 함께 성장하고 이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 메타버스 생태계가 확대될 경우 버추얼플로우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순보 대표는 "네이버가 워낙 여러 가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보니 꼭 메타버스가 아니더라도 여러 군데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기술들을 중심으로 계속 개발하고 있다"라며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보고, 기술을 받아들이는 쪽에서 원하는 방향을 맞춰서 가는 쪽으로 전략을 잡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런 점에서 네이버와 꾸준히 만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노 대표는 강조했다.
양 리더는 올해 'D2SF 분당' 가동을 계기로 네이버와 스타트업 간 시너지가 실제로 잘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언급했다. 이는 네이버가 키우는 여러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상당한 보탬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네이버는 기본적으로 얼라이언스나 생태계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은 회사이고, 그런 만큼 생태계 안에 구심점이 되는 기업들과 함께 같이 협력할 수 있는 기술이나 사업, 아이디어 등을 제공하는 구성원들이 오가면서 전체적인 생태계가 커진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