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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 배당·성과급 미스매치…해외사업·CJ대한통운 걸림돌

jjjomin19807 2023. 1. 13. 15:41

최근 몇 년 새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환경 정책뿐 아니라 주주친화 정책 확대에도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주주 자본주의, 혹은 주주 우선주의에 따른 기업의 성과 배분 정책은 주주가 주체이며 기업은 이익을 가져다주는 대상물에 가깝다는 인식을 확산시켰다.

시대 흐름에 따라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들은 핵심 계열사를 앞세워 새로운 배당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은 배당 재원의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고 3년의 장기적인 배당정책을 주주들과 공유했다. 그러나 CJ제일제당 등 일부 기업들은 배당과 성과급 산정의 기준이 서로 다른 등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친화 정책 확대 기조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배당재원을 마련할 때 보통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한다. 기업에 딸린 자회사, 관계회사 등의 실적을 전부 포함시켜 계산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순이익 말고 잉여현금흐름(FCF)을 바탕으로 배당재원을 산정하는데, 이 역시 대체로 연결재무제표가 기준이 된다.

 


지난 2021년 삼성전자는 2023년까지 연결기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에게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FCF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자본적 지출(CAPEX)을 빼고 남은 현금흐름을 의미해 순이익보다 더 구체적인 이익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FCF를 기준으로 배당을 한다. 현대차는 2017년 1월 '중장기 배당정책' 공시를 통해 향후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30~50%를 주주환원에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외에도 SK하이닉스, LG전자, LG화학, 롯데쇼핑, GS리테일 등 재계를 대표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은 모두 연결재무제표를 바탕으로 배당재원을 측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주주친화 정책이 곧장 배당지표 개선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을 나타내는 비율인 배당성향 추이를 보면 사업연도마다, 기업마다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19년 44.7%에서 2021년 25%로 줄어들었고, SK하이닉스 역시 34.1%에서 11%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도 35.4%에서 26.3%로 줄었다.

 


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무조건 실시하겠다고 못박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여지를 두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기업의 생존이 배당보다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미래 사업 투자를 이유로 2년 연속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배당은 별도로, 성과는 연결로?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배당의 기준 자체를 좁게 설정하기도 한다.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CJ제일제당은 배당재원을 기준을 연결재무제표가 아닌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삼는다. CJ제일제당은 “2021~2023 사업연도에 대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손익 제외)의 20% 이상 주주환원을 하고자 한다”며 “연간 배당금은 투자, 재무구조, 경영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배당의 안정성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매년 확정하고, 2022년부터 분기배당을 실시할 것”이라고 했다.

CJ제일제당이 배당재원을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마련하는 것은 주주가 회사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공유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나 CJ제일제당은 다수의 M&A를 통해 몸집을 키워왔고, 미국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인수 등 글로벌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배당을 실시한다는 것은 국내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만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뜻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의 지난해 3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누적 매출액은 5조9595억원으로 연결기준 22조5084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당기순이익도 마찬가지다. 연결기준 7264억원의 순이익은 별도기준 2381억원으로 쪼그라든다.


문제는 배당은 별도 기준으로 지급하면서 회사의 임직원에 대한 상여금은 연결 기준으로 책정하는 데 있다. 주주 이익환원은 국내 사업 혹은 CJ제일제당 단일기업의 실적으로 제한하면서, 회사 임직원들에 대한 성과 공유는 회사 전체 실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CJ제일제당과 마찬가지로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배당재원을 마련하지만, 이에 따라 성과급 역시 별도재무제표 실적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는 자회사 CJ대한통운의 문제도 걸려있다. CJ제일제당은 지분 45.94%를 보유해 CJ대한통운을 종속기업으로 두고 있다. 만약 CJ제일제당이 연결 기준으로 배당을 실시할 경우 CJ대한통운의 실적도 반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렇다고 CJ대한통운이 배당을 즐겨하는 회사도 아니다. 2011년 CJ그룹에 인수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CJ대한통운은 단 한 차례도 배당을 실시한 적이 없다.

CJ대한통운은 이에 대해 “2021년 배당가능이익이 일부 발생하였으나 전략적 투자를 통한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성장동력 확보,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이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배당은 실시하지 않으면서 상여금 지급은 이뤄진 것도 눈에 띈다.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2021년 성과, 비계량지표 등을 근거로 15억6400만원의 상여금을 받았으며, 신영수 택배∙이커머스 부문 대표는 6억8100만원의 상여금을 지급받았다.

ESG 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은 경영이념 및 철학과 관련된 것”이라며 “기업에게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르다고 명확히 말할 순 없지만 최근 트렌드와는 맞지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