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 재고자산 8조 '사상 최대'...실적·현금흐름 악영향 우려
GS칼텍스의 재고자산이 유가 하락에도 8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유가는 2022년 3월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고의 평가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재고자산 규모는 오히려 증가했다. 원유 수입량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S칼텍스의 2022년 3분기 재고자산은 2021년 말(4조8441억원) 대비 70.1%(3조3393억원) 늘어난 8조2434억원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0.2%(204억원) 감소했다.
이는 국제유가의 영향 때문이거나 정유사가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유가(WTI 기준)는 2022년 3월 8일 배럴당 123.7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1월 3일 배럴당 76.08달러였는데, 같은해 2월 발생한 러시아 전쟁 영향으로 유가가 60% 치솟았다. 이후 유가는 하락세가 지속됐고, 2022년 12월 30일 78.7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재고자산을 들여다본다면 재고자산 규모는 감소하는 게 맞다. 유가가 감소할 경우 재고자산의 평가가치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GS칼텍스와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는 총평균법에 따라 재고자산을 평가한다. 총평균법이란 기초 재고와 당기 매입, 기말 재고 등 원재료 구입 단가에 따라 재고의 규모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1분기 말 재고 원유가 100배럴이라고 가정해보자. 총평균법은 기존 재고와 새로 구입한 물량의 가격의 평균을 산출한다. 총평균법에 따라 산정한 평균 가격은 배럴당 80달러로 집계됐다. 이 경우 재고자산의 평가가치는 8000달러가 된다. 총평균법은 평균 가격을 산출하고 있어 유가 상승기에는 재고자산의 평가가치가 상승하는 구조다. 유가가 하락할 경우에는 재고자산의 평가가치 또한 하락한다.
국제유가는 2022년 3월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기 때문에 GS칼텍스의 재고자산 규모 또한 감소해야 한다. 그런데 GS칼텍스의 재고자산 규모는 2022년 1분기 7조2099억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 8조2638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동안 재고자산은 14.6%(1조539억원) 증가했다. 3분기에는 소폭 하락한 8조2434억원을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재고자산 규모는 오히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증가했다. 이는 GS칼텍스가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선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GS칼텍스는 2022년 3분기 미국 셰브론(Chevron U.S.A. Inc)으로부터 14조5431억원을 매입했다. 2021년 3분기에는 6조628억원을 매입했는데, 매입량을 139.8%(8조4802억원) 늘렸다.
GS칼텍스는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선 결과 재고자산이 사상 최대치인 8조원을 넘어섰다. 당장은 GS칼텍스에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사는 원유 구매부터 제품 생산에 들어간 모든 비용을 반영해 매출원가를 책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재고자산을 평가한다. 시장에서 제품가격이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릴 경우 '재고자산 평가이익'을 인식한다. 반대로 제품가격이 원가보다 낮을 경우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정유사의 실적에 반영된다.
2022년 3분기까지 실적 지표인 정제마진이 우수했다. 정제마진이란 제품 판매가격에서 원유가와 운영비를 뺀 수익이다. 손익분기점은 5달러인데, 2022년 9~10월을 제외하면 마진이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2022년 12월 정제마진은 8.5달러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휘발유 수요 부진에도 계절적 영향으로 등유와 경유 마진이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석유 제품 수출 확대 등으로 정제마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정유사의 실적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23년 계절적 수요가 감소하고, 글로벌 석유 공급량의 추이에 따라 정제마진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재고를 선제적으로 늘렸던 정유사는 재고자산 평가손실로 인해 실적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침체로 인해 재고자산회전율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운전자본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2022년 3분기 GS칼텍스의 운전자본(재고자산+매출채권-매입채무)은 7조3530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말(4조9936억원) 대비 49% 증가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