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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슈퍼도 '1시간 배달권'...묶고 또 묶는 네이버식 '플랫폼 커머스'

jjjomin19807 2022. 11. 8. 17:53


네이버의 물류·커머스 생태계가 일상 내 더 가까운 지점까지 '잔뿌리'를 더해가고 있다. 연말에는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에서 동네 슈퍼마켓 상품도 1시간 이내 배송을 받아볼 수 있을 예정이다. 12월에는 택배 도착 예정일을 확정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도 시작된다. 네이버가 직접 배달하는 건 아니다. 이 같은 서비스들의 확장 기반에는 '에셋 라이트(Asset light, 보유자산 최소화)'를 추구하는 네이버의 플랫폼 전략이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7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연말부터는 다양한 슈퍼마켓과 연계해 1시간 이내 장보기도 가능한 배송 유형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현재 주요 대형마트·전통시장 등과 제휴한 '네이버 장보기' 서비스로 새벽·당일·익일 배송 환경을 중개하고 있다. 곧 출시될 1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도 이 장보기 서비스에 포함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업계에선 네이버의 배달 시장 진출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네이버는 그보다 플랫폼 기반 중개 사업자로서의 대외적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에셋 라이트는 회사가 특정 사업 수행에 필요한 요소를 자체 보유하기보단 제휴·협력 등의 형태로 확보하고,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직접 보유 방식보다 시스템 통제력이나 효율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사업 진입 문턱이 낮아지고 생태계 확장이 용이하단 장점이 있다.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사업자들과 협력이 필수인 검색엔진·포털 서비스 시작한 네이버엔 태생적으로도 익숙한 모델이다.

네이버는 지난 3일 도착보장 서비스를 공개한 현장에서도 이 같은 에셋 라이트 중심의 물류·유통 협업 플랫폼을 강조했다. 이 시장은 특정 회사가 상품·판매·물류센터·배송 등 전체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경우(예: 아마존)가 흔치 않다. 높은 구축 비용과 장기간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까닭이다.

대신 각 분야별 전문 플레이어들의 자산을 효과적으로 묶어줄 구심점이 있다면 원팀과 같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네이버는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미 'NFA'로 불리는 네이버 물류연합군을 시작으로 네이버는 국내 물류·커머스 시장에서 비중있는 중개자·비즈니스 솔루션 제공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같은 구조는 시장 연결자로서의 영향력 확보는 물론, 직접 서비스 제공 방식의 실패 위험과 문어발 확장 등의 외부 비판에서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최 대표도 이날 "네이버가 모든 부분을 독점하기보단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 함께 생태계를 키워나가는 전략"이라며 "물류에서도 같은 접근 방식을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이버의 신규 장보기 서비스 준비를 배달 업계도 주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선 배달의민족 'B마트', 요기요의 '요마트' 등이 지역 내 1시간 이내 상품 배송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 호응도 좋다. 요마트의 경우 비교적 최근인 지난 5월 출시됐지만 석달만에 주문량 5배 성장, 3040대 여성 이용자 증가 등 긍정적인 성과를 나타냈다. 네이버의 1시간 내 장보기 서비스가 곧 출시되면 이들 서비스와 직접 경쟁 구도가 그려질 수 있다. 

 

배달이 핵심 서비스인 사업자들 측면에선 이 같은 네이버의 합류가 달갑지만은 않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의 신규 서비스 출시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네이버 장보기를 통해 이미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가 이뤄져왔기 때문이다. 다만 네이버의 '플랫폼 영향력'에 대해선 일부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미 방대한 규모의 판매자·상품 데이터베이스(DB), 결제 인프라 등을 축적했다. 주요 배달대행업체들과는 긴밀한 투자 관계도 유지하고 있다.

아직 배달 시장에 직접 진출한 건 아니지만, 체급 좋은 네이버와 서비스 경계가 맞닿는 일은 기존 배달 플랫폼들에게 부담이다. 일각에선 배달 앱의 진짜 경쟁자는 네이버였단 말도 나온다. 다만 △동네 마켓에 최적화된 시스템 연동 △슈퍼마켓 오프라인 영업 최소화 △수요에 따른 적절한 공급 조절 등 신규 서비스에는 지역별로 고민해야할 요소들이 남아 있다. 실제 결과물과 시장 내 영향에 대해선 좀 더 두고볼 필요가 있단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