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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연예·스포츠 댓글 폐지하자 커뮤니티에 '풍선효과'

jjjomin19807 2022. 10. 8. 16:30

[뉴스 플랫폼 리포트④] 네이버 댓글 폐지에 커뮤니티 이용자 유입 가능성 
더쿠 평균 댓글 324개→520·DC연예갤러리 악플 33%→40.9%

 

설리와 구하라, 연예인들의 비극적 사건이 연달아 벌어지면서 포털 '책임론'이 불거졌다. 포털들은 연예·스포츠뉴스 댓글을 폐지하는 개편을 단행했다. 포털의 결단에는 '긍정적 평가'가 뒤따랐다. 댓글창이 사라지면서 더 이상 포털 연예·스포츠 뉴스에서 '악플'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공격적인 댓글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오히려 기존 포털 연예·스포츠 기사의 역할을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가 대체하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곳을 억누르면 다른 곳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언더스코어와 미디어오늘은 실제 이 같은 '풍선효과'가 발생했는지 포털, 유튜브, 커뮤니티 등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우선, 네이버의 연예뉴스 댓글 폐지(2020년 2월19일) 이후 관련 뉴스의 조회수 추이를 살폈다. 분석 결과 폐지 이전 100일간 네이버 연예뉴스의 평균 조회수는 309581건이었으나, 폐지 직후에는 기존의 80% 미만인 246217건으로 급락했다. 댓글이 사라지자 포털의 연예뉴스 이용량 자체가 줄어든 것이다.

사라진 이용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다음에 이어 네이버가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했음에도 네이트는 2020년 7월6일까지 연예뉴스 댓글을 유지했다. 네이트의 경우 기사 조회수를 공개하지 않아 공개된 정보인 '공감 클릭수'로 추이를 분석했는데, 평균 323회였던 네이트 랭킹 연예뉴스의 공감 클릭수는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이후 525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 7월7일 포털 세곳이 모두 연예뉴스 댓글을 폐지한 이후의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유튜브와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는지 살폈다.

우선, 디스패치와 스포츠서울 두 언론사 유튜브 채널의 영상별 조회수 데이터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근소한 변화가 있었으나 유의미하다고 판단할 수준은 아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어떨까. 연예 이슈를 중심으로 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의 네이버 댓글 폐지 이전 100일의 평균 댓글수는 324개였고,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이후와 네이트 연예뉴스 댓글 폐지 사이인 139일 동안 평균 댓글 수는 423개로 늘었다. 이어 네이트 댓글 폐지 이후 100일 동안에는 평균 댓글이 520개로 늘어난다. 조회수의 경우 네이버 댓글 폐지 이전에는 특별한 경향성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이후에는 기울기 37.3으로 유의미한 증가 추세로 전환됐고, 해당 추세는 네이트 댓글 폐지 이후에도 35.6으로 일관되게 유지됐다.

 

DC인사이드의 연예인 갤러리(남연갤, 여연갤, 국연갤) 세 곳의 정보를 수집해 같은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 역시 유의미한 변화가 포착됐다. DC인사이드는 댓글이 크게 늘었다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조회수는 포털의 연예뉴스 댓글 폐지를 기점으로 뚜렷한 '반전세'가 나타났다.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이전 100일에는 평균 조회수가 5698회에 그쳤으나, 네이버 연예뉴스 댓글 폐지 이후와 네이트 연예뉴스 댓글 폐지 이전 사이의 시기에는 평균 조회수가 8628회로 급증했다. 네이트 연예뉴스 댓글 폐지 이후 100일 동안 1만1003회로 또 다시 늘었다.

실제 '악플'이 늘었을까. 혐오발언과 악플을 판별하는 HateScore알고리즘을 활용해 댓글들 가운데 혐오발언을 포함한 악플의 비율을 추정했다. 분석 결과 네이트 댓글 폐지 이후 DC인사이드 세 갤러리의 악플 비율이 33%(네이버 댓글폐지 이전)에서 40.9%로 늘었다. 이른바 '악플'을 쓰는 이용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로 무대를 옮겼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울기로 보면 기존의 10배 이상 기울기로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였다.

 

연예뉴스 댓글 폐지에 뒤이은 포털의 스포츠뉴스 댓글 폐지도 커뮤니티에 '풍선효과'로 이어졌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는 2020년 8월 스포츠뉴스의 댓글을 폐지했다. 조회수 수집이 가능한 네이버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스포츠뉴스 댓글폐지 이전까지 스포츠뉴스 조회수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지만, 폐지 결정 이후에는 감소하는 추세로 반전이 이뤄졌다.

스포츠 연예뉴스 댓글폐지의 풍선효과 측정을 위해 축구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펨코)에 주목했다. 펨코는 2년 전 게시글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아 '검색량' 추이를 살폈다. 스포츠댓글 폐지 이후 펨코 검색량은 구글 기준 43.3에서 79.8로, 네이버 검색량은 35.5에서 70.8로 늘었다. 스포츠 댓글 폐지를 기점으로 상승세가 작게는 약 2배에서 크게는 약 3.8배까지 증가했다.

커뮤니티 악플 대응 숙제 남긴 '풍선효과'

포털이 고심 끝에 내린 결단은 그 자체로 의미 있지만, 커뮤니티의 힘을 키우는 데 기여한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커뮤니티 악플 급증세가 확인된 만큼 사회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더스코어는 "아이디 별 활동 추적이 용이하거나 '인기게시판' 개념이 특별히 없는 포털 댓글란에 비해 온라인 커뮤니티는 집단적으로 여론을 조성하거나 '밈화 (유희화)'를 경험하고 또 생산하기 유리한 공간"이라며 "펨코 게시물 원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 아니기에 단정지을 수는 없으며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최근 보수 성향 청년 남성들의 정치적 구심점으로 부상한 에펨코리아의 성장이 네이버의 정책 변화에 따른 (의도치 않은) 결과는 아닌지 추후 분석해 볼 가치가 충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연예전문지의 A편집국장은 "실검과 연예 댓글이 없어진 후 오히려 자극적인 콘텐츠들이 많아지고 커뮤니티에 힘이 쏠려 편향적 여론이 더 부각된다"며 "유명인이 억울한 사건에 처할 경우 바로잡지 않으면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일부 커뮤니티로 여론 권력이 쏠리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근본적으로는 '포털 악플대응'이 아닌 '온라인 공간 전반의 악플대응'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러나 커뮤니티 자율규제에는 '미비점'이 있다. 오히려 포털보다 체계적이고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다.

 


인터넷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기구인 KISO(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협약사들은 이용자 신고시 해당 커뮤니티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고, 판단이 어려운 경우 KISO가 상정해 논의하고 있다. 다만, 커뮤니티의 경우 오늘의유머, 뽐뿌, 클리앙, SLR클럽은 협약사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DC인사이드 등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KISO관계자는 "DC인사이드, 에펨코리아, 일베 등은 (업계의) 자율규제를 하고 있지 않은 셈"이라며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적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댓글 관련 논의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올바른 댓글 문화라든가, 우리 사회에서 댓글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며 "포털 등 댓글을 운영하는 당사자들이 정보를 공개해 어떤 댓글을 삭제하고, 이 비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얘기해야 한다. 댓글서비스의 당사자들이 정보를 공개를 많이 하면 할수록 더 좋다. 그러면 감시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 기사에는 네이버와 네이트 연예랭킹뉴스 각각 1만50건, 네이버와 네이트 스포츠랭킹 뉴스 각각 1만50건, 더쿠 HOT게시물 2만926건, DC인사이드 연예갤러리 세 곳 개념글 5021건, 에펨코리아에 대한 네이버와 구글의 검색어 트렌드 데이터 등을 활용했다.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