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고투 끝 한국 ’만화웹툰 시리즈’ 100권 완간...이젠 웹툰도 ’학문의 영역’
6년간 64명 참여한 대형 프로젝트
이론총서·작가평론선 각 50권 총 100종 완간
이젠 만화·웹툰도 당당히 ’예술장르’ 속으로
국내 만화·웹툰의 대표 작가를 분석하고 이론을 정립한 '만화웹툰 총서' 시리즈가 6년만에 100권으로 완간됐다. 1조원 시장 규모의 'K웹툰'이 이제 당당히 '학문의 영역' 속으로 들어온 셈이다.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구세군중앙회관에서 만화웹툰 이론총서·작가평론선 100종 완간 기념식 및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 2016년 처음 만화웹툰 이론총서를 기획한 이래 6년 만에 이론총서 50권, 작가평론선 50권 등 총 100권의 출판을 마무리한 것이다. 여기에는 64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이론총서에는 '웹툰 비즈니스 딜레마'부터 연출기법, 콘텐츠 플랫폼, 트랜스미디어 전략 등 창작자와 교육계, 업계 종사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 담겼다.
작가평론서에는 만화 삼국지를 그린 고(故) 고우영 화백부터 '아기공룡 둘리' 캐릭터를 만든 김수정 작가, '공포의 외인구단'을 그린 이현세 작가, '오디션'부터 '좋아하면 울리는' 등의 천계영 작가 등의 작가적 특성과 작품에 대한 분석이 담겼다.
젊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웹툰 작가들도 이름을 올렸다. '신과 함께' 주호민 작가, '이말년 서유기'를 그린 이말년 작가, '마음의 소리' 조석 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시리즈가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처음으로 만화·웹툰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국내 웹툰 시장은 지난 2013년 15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0년 1조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시장 규모에 비해 관련 연구는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이제 시리즈가 출간되면서 '만화 웹툰학'이라는 아카데미즘이 본격적으로 막을 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웹툰산업에 새로운 생태계 구축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영률 커뮤니케이션북스 대표는 "웹툰의 출발점은 한국이고, 한국 웹툰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이론과 이야기를 세계에 공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판사측은 해외 번역 출간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이론총서·작가평론선 대표 기획자인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텍전공 교수는 "지금까지 아카데미즘 없이도 세계에서 성공한 웹툰이 이제 아카데미즘 기반과 함께 세계로 나아간다면 더 진중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웹툰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평론과 다양성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선 국내 영화산업이 활발한 평론을 통해 성장했듯이 이번 평론서 출간을 계기로 웹툰에 대한 평론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웹툰 평론과 스토리텔링의 가치'란 발제를 통해 "웹툰의 규모나 가치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웹툰 평론은 미미한 실정"이라면서 "작품을 분석·해석·평가함으로써 사회적 담론을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그것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이 평론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웹툰의 장르적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고 일진물이나 로맨스판타지물 등 인기 장르만 반복 생산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박석환 재담미디어 이사는 "제작사에서 다양하게 만들더라도 유통사에서 보이는 1위부터 10위까지는 특정 장르에만 집중되고 있다"며 "(플랫폼이) 순위뿐만 아니라 적절한 카테고리로 묶고 다양한 장르가 노출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만화웹툰이론총서·작가평론선 100종은 네이버문화재단이 출연한 만화발전기금으로 제작됐다. 한국애니메이션학회와 한국캐릭터학회가 함께 기획했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이번 '100권 시리즈'를 위한 가이드북 '만화웹툰, 한 권만 읽자'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