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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폭스콘과 전기차 협업하면 성공할 것” I 앨런 영 인터뷰 [넘버스]카테고리 없음 2023. 1. 14. 15:59
폭스콘에서 ‘위스콘신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전 임원이 애플과 폭스콘 간 전기차 위탁생산 협업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또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폭스콘에 전기차 위탁생산을 맡길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앨런 영 전 폭스콘 북미대표(위스콘신대 메디슨 교수)는 지난 4일 있었던 <블로터>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폭스콘이 시장에 들어올 변곡점을 제공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기차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배터리 에너지원, 스케이트보드(플랫폼), 드라이브 트레인이 필요하며 성공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능력도 요구된다”며 “그런 면에서 폭스콘과 애플이 전기차 파트너십을 맺는다면 굉장히 성공적일 것”이라 말했다.폭스콘은 2014년 궈타이밍 창업주가 “1만5000달러 이하 저가 전기차를 만들겠다”며 전기차 생산계획을 공식화한 이래 10년 가까이 전기차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 중국 ‘텐센트’와의 협업, 2018년 중국 전기차업체 ‘샤오펑’ 3억5000만 달러 투자, 2020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의 부품 합작사 설립, 2021년 중국 지리자동차와 합작사 설립 등을 진행했다.
투자 성과는 최근 가시화하고 있다. 2020년 10월 전기차 전용 ‘MIH’(Mobility in Harmony)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선보였고 지난해 5월 인수한 전기트럭 생산기업 ‘로즈타운모터스’의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자체 전기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같은 해 10월엔 모델 ‘폭스트론’의 픽업트럭(모델V)과 해치백(모델B)를 공개했다.
모델V·모델B 공개 행사에서 폭스콘은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는 자동차 제조사는 자동차 설계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개발 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폭스콘은 그동안 휴대폰 등 전자제품의 위탁생산이 주력이었지만 앞으로는 ‘세계 전기차 공장’의 역할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전장 부품 수직계열화도 나서고 있다. LCD 패널 생산 자회사였던 ‘이노룩스’의 주력 제품을 전기차용 패널로 전환했고, 지난해 6월엔 대만 가오슝에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착공했다. 최근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손잡고 사우디 내 전기차 합작법인을 만드는 한편 엔비디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자율주행 부품(ECUs) 개발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최근 폭스콘의 ‘테슬라 러브콜’에 대해서도 영 교수는 양사 간 협업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테슬라는 과거 내부적으로 기술을 완벽히 하고 생산을 늘리는 데 집중했는데 이건 올바른 결정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테슬라가 오프쇼어링이나 아웃소싱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테슬라가) 아웃소싱 파트너보다 전기차를 더 잘 만들 수 있는지, 생산을 확장하거나 가격을 줄이는 걸 더 잘 할 수 있지를 생각해보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테슬라만 한 업체가 없지만 (양사 간 협력이) 언젠간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실현 가능성을 말하는 게 시기상조이긴 하나, 그들은 항상 대화를 나누고 있고 이미 (협업) 대화가 이뤄졌거나 수년 내 있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의 ‘탈중국’ 가능성에 대해선 빠르게 이뤄질 일은 아니라 언급했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몇 년간 계속해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애플이 인도로의 생산 이전을 가속할 수는 있지만,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애플이 생산 이전을 서둘러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미국의 ‘리쇼어링’(Reshoring·자국 기업의 본국 이전) 정책 가속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구조화’ 우려에 대해 그는 “타당한 우려”라 언급했다. 낮은 비용으로 높은 생산성을 내고 내수시장까지 이용할 수 있었던 중국에 비해, 미국으로의 리쇼어링이나 인접 국가로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 동맹국으로의 프랜드쇼어링(Friendshoring) 등은 인건비와 물류비 인상 등으로 비용효율 면에서 최적화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이밖에 영 교수는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이 변화하는 통상질서와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 상황 속에서 미중 간 ‘곡예’를 벌여야 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 세계 어디에서 무슨 제품을 생산할지에 대한 균형을 잘 맞춰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에서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앨런 영 교수는 2017년 폭스콘 전 북미 대표로서 미국 위스콘신주에 100억 달러 규모의 TFT-LCD 공장을 건설하는 위스콘신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위스콘신 프로젝트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추진한 자국 제조업 강화 정책의 상징과도 같은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해외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시 정부 지원, 보조금, 세액공제 등의 대규모 인센티브가 이 당시부터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다만 이 프로젝트는 글로벌 LCD 시장 악화, 미국 내 정치 상황 변화 등으로 폭스콘의 최종 투자액이 16억 달러로 줄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